공인회계사 시험의 온도가 식고 있다는 신호는 올해 숫자에서 분명하게 읽힌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2026년도 제61회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응시원서 접수자는 1만4614명으로 전년보다 1921명 줄었고, 예상 합격인원 2800명 기준 경쟁률도 5.22대 1로 낮아졌다. 이후 실제 시험에는 1만2263명이 응시해 2816명이 합격했고 경쟁률은 4.4대 1을 기록했다. 접수 단계와 합격 발표 단계 모두에서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흐름이 확인됐다는 점은, 단순한 일시적 변동보다 수험생들의 심리 변화가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전처럼 "어려워도 붙으면 길이 열린다"는 확신이 약해지자 시험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자체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 변화의 배경은 시험 난도보다 합격 이후의 경로에 있다. 원문 기사와 후속 보도들이 공통으로 짚듯, 최근 회계업계에서는 이른바 '미지정 회계사' 문제가 수험가 전체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실무수습기관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식 등록과 취업 경로가 지연되는데, 경기 둔화와 회계법인 채용 축소가 겹치면서 그 병목이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AI 확산이 저연차 회계업무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면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자격 취득의 기대 수익을 다시 계산하게 된다. 다만 이를 곧바로 "회계사 수요의 붕괴"로 읽는 것은 과도하다. 오히려 지금 드러난 것은 전문자격의 가치가 사라졌다기보다, 자격 취득 이후 현장에 안착하는 제도와 시장의 속도가 어긋나고 있다는 현실에 가깝다.
그래서 더 중요한 숫자는 합격자 수보다 제도 보완의 방향이다. 금융위는 이미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1150명으로 조정했고, 지난해 12월에는 금융감독원·한국공인회계사회 등과 함께 선발·수습 개선 TF를 가동해 수습기관 확대와 AI 시대 회계전문가 양성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경쟁률 하락은 "AI 때문에 회계사가 끝난다"는 단순한 공포보다, 수험생이 체감하는 진입 이후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시험의 인기는 합격선이 아니라 진로의 신뢰에서 나온다. 회계사 시험이 다시 매력적인 선택지로 읽히려면 선발인원 조정, 실무수습 인프라 확충, AI 활용 역량을 포함한 직무 재설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숫자 하락이 일시적 조정인지 구조적 냉각인지를 가를 다음 신호도 달라질 것이다.
참고 자료
- 파이낸셜뉴스(뉴스1) 「올해 회계사 시험 지원자 2000명 줄었다…경쟁률 5.22대 1」
- 뉴시스 「공인회계사 1차시험 합격자 2816명…2차 예상 경쟁률 4.1대 1」
- 경향신문 「금융위, ‘수습기관 못찾은 회계사 증가’에 개선안 마련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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