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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광장 댓글 14 조회수 2442  |   4년 전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러 몇 글자 남기고 갑니다.

suckaman**** 8

안녕하세요 작년 이맘때쯤 전남 소속 어느 작은 지자체로 붙어 1년 정도 다니고 있는 일행 현직자입니다. 강의도 듣기 귀찮아서 거의 안 듣고 기출문제 위주로만 공부했는데, 당시 공기출 사이트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늦게나마 운영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수험생 시절 절실함 같은 건 1도 없었습니다. 이미 공무원 준비 이전에 도전했던 수많은 것들을 다 실패했고, 모든 걸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의 경우도 안 되면 그만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공부시간도 너무 적었고, 그 외의 생활패턴 역시 수험생이라고는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전혀 모범적이지 못해서 부모님과의 갈등도 심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루하루 보내다 얼떨결에 붙어서(점수도 심지어... 다소 많이 남기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열심히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사실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공직과 관련된 그 무언가를 처음 시작했었던 이 사이트에서 문득 그 동안의 1년을 반추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께 현실을 알려드리는 데 보탬이 된다는 식의 그런 구실을 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물론 그런 식의 영향을 좋은 방향으로 드릴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뿌듯할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 푸념 섞인 하소연을 괜히 털어놓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가 시작했던 이 곳이 대나무숲의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욕심 섞인 작은 바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점이라면... 일단 액수는 적지만 월급을 벌고 있습니다. 그 월급으로 소소하게 취미생활도 할 수 있고, 시기가 되면 여행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저축에 대한 압박은 있겠으나, 어쨌든 수험생 때보다 지갑 사정은 나아집니다. 수당이 붙을 경우 더욱 괜찮습니다.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집은 광주광역시이고, 인근에 붙어 있는 전남 소속 지자체로 출퇴근 중입니다. 출퇴근은 참 편합니다만... 출퇴근만 편했던 것 같습니다. 일행 지방직 가실 분들의 경우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하고 계셔야 할 것입니다. (다른 지자체는 이런 상황이 아니길 바랍니다만...) 

 

대체로 업무를 가르쳐주면서 하라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본인들도 스스로 가르쳐줄 수 없는 상황에서 왜 해놓지 않냐는 식의 호통과 억지만 난무하는 곳입니다. 문서등록대장과 법규정만 참고하고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감사 떠서 지적사항 나오면 그대로 수긍하고 도장찍고...

 

면 단위 주무관이 맡고 있는 해당 업무들은 보통 사업소나 센터, 군 담당자들과 연계하여 처리하게끔 되어 있습니다만, 사업소 센터 군 담당자들의 경우 인성이 다소 천차만별입니다. (지금도 몇몇은 쫓아가서 다 그냥 패버릴까 고민하고 있기도...)

 

직원들 사이에서 어울리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됩니다. 적극적으로 어울리려 해야 그나마 중간은 갑니다. 다소 낯가림 있고 수줍음 있으신 분들의 경우에 심한 상황을 겪기 좋습니다. 도시 정서 같은 게 몸에 배어 있으신 분들은 타겟이 되기 십상입니다.

 

지방직 특유의 토착문화 같은 게 있어서 도시생활하셨던 분들의 경우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실 것입니다. 기관단체장이나 이장님들의 초대가 있을 경우 암묵적으로 모두 참여해야 하는 상황 같은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장협의회장이 저녁 식사를 초대하고 싶다고 하여 거의 전직원이 밤10시까지 술자리에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이장 야유회 같은 걸로 주말에 직원들 불러내어 굴리는 것도 빈번합니다. 이장 하나가 점심 식사에 직원들을 초대한다면 ... 모두 가야 합니다.

 

인력난이 심합니다. 이 말인즉슨 한 사람이 맡아야 하는 업무량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대충대충 끝내놓고 심각한 것들만 땜빵하는 식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습니다만, 제대로 처리하자면 퇴근이 불가합니다... (심지어 최근의 태풍처럼 자연재해가 터지면 다른 모든 업무가 마비됩니다.) 인력난으로 인한 상황이기도 합니다만, 연가나 대체휴무의 경우 굉장한 눈치를 줍니다. 특히 연가의 경우 더욱 눈치가 심합니다.

 

배려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제 경우 지병이 심한 편이어서 미리 어필하고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그런 어필 자체를 두고 꾀병처럼 보는 시선이 참 억울하더군요. (그렇다고 일을 덜한 것도 아니었고...) 응급실을 자주 다니고 있고 병이 재발하고 있어 고민입니다.

 

인사 관련해서는 대체로 돌아가는 판이 다 엉망입니다. 제 옆직원이 전출 가게 됐는데 상식적으로 이 쪽 인사시즌에 맞추어 직원을 보내는 게 맞겠습니다만, 그 쪽에 사람 비었다고 미리 보내놓고 이 쪽에서는 알아서 버텨라는 식으로 나오더군요. 어지간한 건 다 참아왔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어 총무과에 전화해서 사직서 내겠다고 절차 물어봤더니, 그제서야 다음날 긴급자금배정으로 기간제 근로자 보수 늘려서 보강해주는...

 

1년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그 수많은 일들을 몇 글자로 정리한다는 게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들만 몇 개 추려서 써봤습니다. 장단점을 비교적 동등한 비중으로 써보려 했으나 도저히 그렇게 되질 않습니다. 공무원 수험생활 자체는 길지 않았으나, 이런 저런 시험으로 20대 전체를 수험생으로 보냈기 때문에 공부 자체에 질려 있어 그냥 출퇴근하고 다니고는 있습니다. 어찌저찌해서 주변의 만류나 다독임으로 참고 다니고는 있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오래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장문의 글을 오랜만에 써봐서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 지 좀 애매한데, 이 글에 목적 자체가 희박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단순하게 어딘가에 한번쯤 털어놓고 싶었던 말들입니다. 애로사항 같은 거 아무리 토로해봐야 공감을 잘 못 사더군요. '에이 그래도 공무원인데' 같은 시선이나 받고 사니... 

 

어쨌건 현직에 계신 분들(특히 읍면단위 산업계 분들ㅜ) 수험생 분들 모두 저와 같은 상황은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각자가 원하는 바를 꼭 이루셨으면 합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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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4
    • 김래
      김래빗 (*.29.86.78) 4년 전

      중앙은 중앙대로 바쁘다고 들었는데 지방도 마찬가지로 힘들고 문화도 개차반이네여 ㅠㅠ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profile
      suckaman**** (*.105.74.61) 4년 전
      @김래빗

      처우나 문화가 개선되어야 공무원들 전반적인 업무비효율이 사라지리라 믿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고, 혹 개선되더라도 저는 그때까지 공직에 남아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진심으로 격려 감사드립니다.

    • profile
      기출이 4년 전(수정됨)

      몸도 아프신데 고생하시네요ㅠ

      공무원은 일을 열심히 하면 일을 계속 줍니다

      봉급은 그대로고요

      일을 못하면 일을 안주지요

      자르지도 못합니다

      희한한 측면이 있긴 있습니다

    • profile
      suckaman**** (*.105.74.61) 4년 전
      @기출이

      기출이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그에 추가하여 저희 지자체는 일을 못해도 일을 몰아주는 더 희한한 환경인 듯합니다. 그만큼 사람이 부족한 탓이리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사직서 내는 그림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일단 몸부터 꼭 챙겨보겠습니다. 격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profile
      기출이 4년 전
      @suckaman****

      글에서도 잘 나타있긴 합니다만 힘든 환경에 계시는군요ㅠㅠ

      따로 공부할 시간은 아에 없나요?

      광역시나 다른 직렬로 옮기는 것도 미래를 보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 profile
      suckaman**** (*.105.74.61) 4년 전
      @기출이

      전업수험생으로 돌아간다면 승산 있는 시험 준비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업무량이 적더라도 일하면서 시간 내어 시험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그렇게 붙으신 분들 존경합니다 ㅜ) 그렇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지라 ; 군단위 특유의 문화도 그렇지만, 관료제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도 질려 있습니다. 옮기는 것 자체가 답이 될 수 있는 지도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걱정해주시는 부분도 꼭 염두에 두겠습니다.

    • profile
      기출이 4년 전(수정됨)
      @suckaman****

      교행도 괜찮습니다. 비상대기가 없고, 민원의 폭도 지방직에 비할 바 아니라 근무하기는 수월한 편입니다

      각 직렬마다 나름의 고충이 있지만, 교육계통은 선생님들 영향을 받는지라 그나마 민주적인 분위기였다고 생각이 되네요

      물론, 이것도 지역차가 있습니다

      혹시 공부를 다시 하시게 된다면 관심 있는 직렬, 부서가 생기셨을 경우 직접 전화해서 수험생이라고 근무환경에 대해서 여쭙고 싶다고 이메일 한통 보내겠다고 하면 마다하는 분이 없을 것 같네요

      좋은 결정 내리시길 바랍니다~

    • profile
      suckaman**** (*.105.74.61) 4년 전(수정됨)
      @기출이

      부모님의 강권이 아니었다면 원래 일행이 아니라 교행으로 보려고 했었습니다. 일단 지금으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다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고민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진리
      진리 (*.182.180.6) 4년 전(수정됨)

      읽으면서 참 공감가는 글이네요.

      집단주의와 고지식함이 당연한 곳이다보니.. 내성적인분들은 참 힘들어하시죠.

      그래도 지방이셔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 집단만 그런건지 유독 심하긴하네요.

      업무에 대해 알려주지 않고 던져주는건 어디나 비슷한거 같습니다. (가끔 예외가 있긴하더군요.)

      기출이님 말씀대로 교행 생각해 보시는건 어떤가요? 

      저처럼 지원청이나 본청으로 간다면.. 업무 강도가 쌔긴합니다만, 지방직에 비하면 낮은편입니다. 

    • profile
      suckaman**** (*.105.74.61) 4년 전(수정됨)
      @진리

      다른 지자체를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 제가 겪은 일들이 일반적이라고 말씀드리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물론 교행으로 다시 시험보는 것까지 모두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조직생활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아예 심하게 와버려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약간 패닉 상태라... 그래도 조언 감사드립니다.

    • sa
      sagacious (*.140.225.161) 4년 전

      저도 공감합니다. 저는 원래 국가직 일행 말고 다른 직렬에 다니고 있다가 의원면직하고 고향 오고 싶어서 지방 일행에 응시하고 합격하여 다니고 있습니다. 정말 가르쳐주지 않고 물어봐야 겨우겨우 대답을 해주고 알아서 하라는 식의 문화는 지방 어디에나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고생이 많으시네요. 저도 공부하느라 몸이 좋지 않아서 고생하고 있는데 격하게 공감이 갑니다.

      우선 건강을 꼭 챙기십시오. 건강이 최고 입니다. 무엇과도 대체 할 수 없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생각과 고민이 머리를 가득 채우시겠군요. 힘내라는 말고 함께 최대한 간단히 생각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건강에 최우선을 두고 몸관리 잘하십시오.^^

    • profile
      suckaman**** (*.105.74.61) 4년 전
      @sagacious

      본문의 글을 올린 뒤 며칠 사이에 몸이 심하게 안 좋아져 저번주 월요일 자로 6개월 질병휴직 들어갔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1~2년 일하고 질병휴직, 1~2년 일하고 질병휴직 ... 이렇게 할 거 같습니다. (질병휴직 기간 2년 다 채울 때까지는 어떻게든 다른 직종으로 옮길 준비를 해보려 합니다.) 질병휴직 들어가고도 1주일을 인수인계 때문에 더 출근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직은 저랑 안 맞는... 오래는 못 있을 곳 같습니다. sagacious님께서도 건강 꼭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사실 일 같은 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말씀하신대로 건강이 최고입니다. 같이 힘냅시다!

    • sa
      sagacious (*.140.225.161) 4년 전
      @suckaman****

      넵~ suckaman님 빠른 시일내에 건강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힘내십시오.ㅎ 저도 힘내겠습니다.

      한번씩 힘드실때 글도 올리시고 근황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profile
      suckaman**** (*.105.74.61) 4년 전
      @sagacious

      네 감사합니다 얼마 안 있어서 연말연초되면 어느 부서든 바빠질 텐데 건강 꼭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겠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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